
월 지출 공개 글에서 "지금 뭘 쓰나"를 다뤘다면, 이 글은 그 반대편 — 뭘 그만뒀고 왜 그랬는지입니다. 구독 서비스의 진짜 리뷰는 결제할 때가 아니라 해지할 때 쓰게 되더군요.
Copilot 유료: 졸업에 가까운 해지
1년 가까이 썼고 불만도 없었습니다. 해지한 이유는 Copilot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Cursor로 넘어가면서 역할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자동완성만 놓고 보면 지금도 좋은 도구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완전히 떠나는 대신 무료 플랜으로 내려서 남겨뒀습니다. 배운 것: 도구 해지의 가장 건강한 형태는 "불만"이 아니라 "역할 소멸"입니다. 겹치는 도구 둘에 돈을 내고 있다면, 어느 쪽 불만이 큰가가 아니라 어느 쪽 역할이 사라졌나를 물어야 합니다.
Cursor Pro+: 한 달 만에 내린 이유
에이전트를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면서 포함 사용량이 아쉬워졌고, 고민 없이 $60짜리 Pro+를 결제했습니다. 한 달 뒤 대시보드를 열어보니 늘어난 한도의 절반도 못 쓰고 있었습니다. 아쉬움의 원인은 한도가 아니라 긴 세션을 끝없이 이어가는 제 습관이었고, 습관을 고치니(그 정리가 요금 아끼는 법이 됐습니다) Pro로 충분했습니다. 배운 것: "부족하다"는 체감은 사용량 그래프를 보기 전까지는 믿지 말 것. 체감은 아쉬웠던 순간만 기억하고, 그래프는 여유로웠던 나머지를 보여줍니다.
Claude Max: 두 달 쓰고 내린 이유
Claude Code에 빠져 5시간 윈도우에 자주 걸리던 시기였습니다. Max로 올리니 확실히 안 걸리더군요 — 문제는 두 달 치 사용 내역을 보니 윈도우에 걸리는 날이 주 1~2일이었다는 겁니다. 그 이틀의 답답함에 매달 5배를 내고 있었고, 걸리는 날은 Cursor로 넘어가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배운 것: 상위 플랜의 값어치는 "최악의 날"이 아니라 "평균의 날"로 계산할 것. 최악의 날 기준으로 결제하면 대부분의 날에 과납하게 됩니다. (여담이지만 지금은 Max에 Fable 5 상시 포함이라는 변수가 생겨서, 이 계산이 사람에 따라 달라졌을 겁니다 — 그 정리는 따로 있습니다.)
결제 직전까지 갔다가 안 한 것들
Genspark Plus — 프로토타입 뽑는 재미에 결제 창까지 갔다가, 제 사용 빈도가 "가끔"이라는 걸 인정하고 무료 100크레딧으로 버티는 중입니다. 범용 에이전트 구독 하나 더 — 업무 에이전트들이 쏟아지던 주에 충동이 왔지만, 이미 내는 구독으로 같은 일이 되는지 먼저 확인하자는 원칙으로 넘겼습니다. 배운 것: 신제품 출시 주간의 결제 충동은 일주일 재우면 절반은 사라집니다. 도구는 도망가지 않습니다.
해지하며 정리된 원칙 세 가지
첫째, 결제 전에 두 달치 사용 데이터를, 해지 전에도 두 달치를. 결제도 해지도 데이터로 하면 후회가 없습니다. 둘째, 구독의 기본값은 "가장 낮은 유료 티어" — 올리는 건 데이터가 시킬 때만, 내리는 건 의심이 들 때 바로. 셋째, 해지 못 하는 이유가 "그동안 낸 돈이 아까워서"라면 그게 해지 신호입니다. 매몰 비용은 다음 달 결제의 이유가 될 수 없으니까요.
돌아보면 접은 결제들이 아깝지 않습니다 — 각각이 "나는 도구를 이렇게 쓰는 사람"이라는 데이터를 남겼고, 그 덕에 지금의 $40 구성(그 내역)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구독 정리를 미루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번 주말에 사용 내역 화면만 열어보세요. 숫자가 대신 결정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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